[안철우 박사의 호르몬 미술관] 빌렌도르프와 모딜리아니 사이에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구석기시대에 만들어진 석재 여인상입니다. 가슴과 배, 엉덩이가 강조된 것으로 보아 출산과 풍요를 기원하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비너스의 이미지는 할리우드 배우처럼 길쭉하고 마른 여인입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은 비너스를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처럼 짧고 뚱뚱한 모습으로 상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의 비만은 다산과 건강을 상징했거든요.
사람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아름다움의 기준은 끊임없이 달라집니다. 한때 축복이었던 비만이 오늘날에 저주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아름다움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 태생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제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 파리에서 활약한 외국인 화가그룹을 가리키는 ‘에콜 드 파리’의 화가였지요. 가늘고 긴 얼굴, 긴 목의 여성들, 눈동자가 없는 눈 등 모딜리아니만의 독특한 초상화로 잘 알려졌습니다. 언젠가 그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윈도에 전시한 누드화 두 점을 본 경찰은 미풍양속을 해친다며 철거 명령을 내렸고, 전시회는 허무하게 끝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딜리아니는 평생 인정받지 못했고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모딜리아니는 특히 화가 지망생 잔 에뷔테른과의 슬픈 사랑으로 유명하지요. 모딜리아니는 아름다운 잔 에뷔테른을 파리 몽파르나스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고 딸을 낳았지만 너무 가난한 나머지 겨울에 난로조차 피울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둘 사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잔의 부모는 결국 딸을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잔이 친정에 갇혀 있던 때 모딜리아니는 한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잔은 남편이 숨진 다음 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모딜리아니를 뒤따라갑니다. 사람들이 모딜리아니라는 천재를 알아봤더라면, 무례한 경찰이 전시회를 내버려뒀더라면, 잔의 부모가 사랑을 인정했더라면…. 모딜리아니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이제는 무의미해진 가정들을 하게 됩니다.
그림 속 도도한 표정의 소녀는 모딜리아니의 아내 잔 에뷔테른입니다. 잔은 언젠가 모딜리아니에게 묻습니다. 어째서 인물화에 눈동자를 그리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모딜리아니는 대답합니다. 영혼을 알아야 눈동자를 그릴 수 있다고요. 모딜리아니는 잔과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잔의 초상화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습니다. 영혼까지 사랑함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지요.
제 생각에 아름다움이란 살찐 모습에 있는 것도, 비쩍 마른 모습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의 모습이 어떻든 우리가 사랑한다면 그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질 겁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지나치게 말랐거나 살이 쪘다고 느껴지실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런 마음은 자존감이 낮아져 있을 때 더 많이 생겨나지요. 괜히 자책하지 마시라고, 그 모습을 사랑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건강과 사랑, 두 가지만 있다면 우리는 늘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실제적인 지배자인 호르몬은 우리를 영원히 지켜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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